1. 어제 저녁 시추에이션. 다 같이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재아의 손빨기를 줄이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텔레비전을 볼 땐 손을 못 빨게 한다. 엄지손가락이 입에 들어가면 텔레비전을 바로 꺼버린다. 그런데 졸린 이 넘이 뒹굴거리며 손을 빨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재아, 텔레비전 끈다." 는 엄마의 말에 바로 뒤따라오는 재아의 반격.

 

"나 텔레비전 안보고 껌은거 보고 있었어~!!"

 

그말인즉슨 자기는 텔레비전 영상을 보고 있었던게 아니고 텔레비전 테두리(검정프레임)를 보고 있었으므로 규칙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 이젠 이넘이 궤변도 쓸 줄 아는구나 싶어 남편이랑 배꼽잡고 웃었다.

 

2. 오늘 아침 시추에이션. 재아가 해인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벗겨서 해인이가 달라고 하는데도 주기 싫어 휙 던져버렸다. 던진 모자를 다시 건네주고 "제대로 줘" 했는데 다시 휙. 그러기를 두 번 더 반복. 그래서 내 손 바로 앞에 있던 재아의 오른발을 붙잡아 찰싹 한대 때려주었다. 그러자 제대로 건네준다.

 

자존심이 강한 재아는 이런 경우 절대로 내 앞에서 울거나 하지 않는다. 아주 어릴때부터 그랬다. 이유식을 갖고 장난치는 아이를 야단쳤더니 눈물이 쏙 나면서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깜짝 놀랜 적이 있다. 해인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주말에 엄마를 보러 왔다가 다시 아빠 차를 타고 돌아갈 때에도 눈물을 끝까지 참으며 돌아가던 모습에 얼마나 짠하던지..

 

그런데 오늘 아침 재아가 한 대 맞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해인이가 바로 우왕!!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장면을 처음 봐서인가.. 역시 폭력은 나쁘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도 때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섭고 싫구나.. 하고 반성이 되었다.. 아이들을 체벌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오늘같이 일부러 맘먹고 못되게 굴 때는 등짝이나 엉덩이를 한 대씩 때려줄 때도 있다. 근데 역시 체벌은 때린 사람도 맞은 사람도 기분이 안 좋고, 즉각적인 행동수정은 될지 몰라도 그만큼의 반감도 갖게 되는 것 같다. 좀 귀찮긴 해도 반성의자가 더 나을 것 같다.

 

해인이 이녀석은 좀 뺀질거려서 반성의자에 보내도 자기 마음에 억울하다 싶으면 끝까지 눈을 피해가며 대답을 안 한다. 둘째라 그런지 그런 모습도 귀여워보이지만.. ㅋㅋ 그래도 가르칠 것은 제대로 가르치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겠지. 정말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는 데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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