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이 되어버렸지만, 마음은 아직 16일.
벌써 8월 중순이라니.
학교 다닐 적에는 8월이 1년의 중간 같았지만, 이제 한 해의 2/3 지점이다.

14-15일에는 교회수련회를 다녀왔다.
재아만 데리고 참석했던 때는 아이가 어리고 예민해도 지내기가 어렵지 않고 꽤 여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제 발로 걸을 줄 아는 똘똘한 세 살짜리 아이와 순하디 순한 한 살짜리 아기가 함께했음에도
왜 그렇게 정신없고 힘들었는지... 아이 하나와 둘은 정말 차이가 큰 것 같다. 
힘들어서 입 안도 헐고..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 싱긋 웃을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도 다녀와서 힘들었는지 해인이는 오늘 하루종일 늘어져 잤고
재아는 잠든 직후 기침하다 아까 먹은 귤을 침대에 토해냈다.ㅠㅠ
남편도 목감기 제대로.. 나는 그냥 피곤하다. 너무 긴장하며 지내서 신경줄이 탄성을 잃은 것 같다.


그래도 순간순간 재아와 함께 찬양하고 율동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말씀도 토막토막이지만 주워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첫날 저녁 바울반 사람들의 진지하고 치열한 나눔 곁에서 들었던 것도 좋았고
편안한 숙소에서 가족끼리 아늑하게 씻고 잘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밥 안해도 되고 세 끼 밥주고 맛있는 간식도 히히^^

네 식구 되어서 처음 참석한 수련회. 더운 여름 두 아이 건사하기가 힘들지만 우리 가정에 주신 보석들이다.

by 나니아인 2011. 8. 17. 00:51

해인이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찌나 예쁜지.

아이를 하나 더 낳은 기분이 아니라 '첫째 아이'를 다시 낳은 기분이다. 그 설레임, 가슴벅참..

그래도 가끔은 얼른 커서 재아랑 해인이랑 둘이 같이 놀았으면 싶기도 하다.ㅎ


+ 설레임이라고 하니까 문득 생각나는데.ㅋ 경호가 들려준 웃긴 얘기.
요즘도 파는지 모르겠는데 대학때 한참 잘나가던 아이스크림 이름 중에 설레임이 있었다.
어떤 아이가 그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슈퍼에 갔댄다. 그러고는 왈,
"아저씨, 망설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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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7. 4. 16:53

재아가 아침에 거실에서 안방으로 기어서(?) 왔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엉금엉금"이라고 했다.
하하 신기~

그래서 악어떼 노래를 불러주려고 했는데
악어떼 노래 첫머리가 생각이 안 났다.

하는 수 없이 "정글 숲을 지나서가자" 대신에 "엉금 엉금 기어서가자"로 노래를 시작하다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멈추고 다시 똑같이 시작하기를 두어번.
재아가 '엄마가 왜저러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머리가 나빠진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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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6. 23. 15:07

주일에 나갔다 온 후 월요일부터 컨디션이 계속 안 좋던 해인이가
결국 어제 새벽엔 열이 나서 응급실에 다녀왔다.

그 날 새벽엔 재아가 안 울었으면 해인이가 열 나는 줄 모를 뻔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재아가 깨서 울고 해인이도 덩달아 깨서 울어서
나는 재아를 재우고 남편은 해인이를 재우러 나갔는데, 그래서 알았다.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네 식구가 몽땅 옷을 찾아입고 간단히 짐싸서 응급실로 갔다.
2:40 발열 발견. 3:30 아산병원 도착.

100일 미만 신생아는 무조건 패혈증과 뇌수막염 의심증상에 준해서 검사를 하고 3-5일 입원한단다.
근데 입원실이 없다고 여기 응급실에서 있으면서 검사를 받겠냐 아니면 병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냐 물어본다. 강동성심과 경희강동병원을 추천. 하지만 5일씩이나 입원할거면 아산병원이 집에서 가깝고 소아응급센터는 여기 밖에 없는데다 응급실에도 베드가 있고 그 다음날 정도엔 병실에 갈 수 있을 것 처럼 말해서 그냥 있겠다고 했다.

아무 준비없이 왔는데 바로 입원조치가 내려지니 당황스러웠다.
친정에 연락드려 상황을 말씀드리고 남편이 재아를 오금동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필요한 짐을 챙겨오기로 했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해인이는 검사 시작..
흉부X-ray 촬영 => 손등혈관에 주사연결하고 채혈 & 수액연결. => 소변검사용 비닐 부착 => 뇌척수액검사..
4시에 시작해서 5시 40분 정도에 다 끝났다..
요추천자한다고 3-40분을 처치실에 데리고 있더니 결국 혈관을 건드려 실패했다.
염증수치 없고 백혈구수치 높지 않아 요추천자 재시도는 않는다고 통보해줌.
(나중에 알고보니 출혈로 실패하면 3-4일 후에나 다시할 수 있는 거였다)

8시 가까이 되어 의사 한 명이 와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다시 권한다.
응급실에 무슨 균이 떠도는지 모르는데 신생아가 여기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병실이 안 나서 응급실에서 2-3일 보낸 아이들이 아직 많이 있고 그렇다고 해인이를 먼저 병실에 올려줄 수도 없다고 한다. 왜 검사 시작 전 진료 본 의사는 그런 위험성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해줬는지.
이미 검사를 다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병원으로 가면 거기선 했던 검사를 또 새로 할 게 뻔했다.

퇴원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세균배양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진 입원해있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뇌척수액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깨끗하다는 것이 확진이 될텐데 그 결과치가 없어서 내보내기가 뭣하다는 것이다.
소아과 병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일반병동으로 올라갈 순 없겠느냐고 했더니
소아는 소아과병동 아닌 다른 병실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병동이 있는 다른 병원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진료협력센터에 의뢰해주었다.
강동성심에 병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아응급센터는 이 곳 밖에 없는데 일반 응급실에선 여기처럼 아기를 섬세하게 다뤄주지 않을거고
검사과정에서 아이가 훨씬 더 고생할 게 뻔한 데다가 시장통 같은 곳에서 성인 환자들과 뒤섞여야 하고..

남편이 간호사에게 그냥 퇴원하겠다고 여러 번 강하게 이야기했다.
의사를 만나야 결정이 날 텐데 퇴원할건지 다른 병원으로 옮길건지 응급실에 계속 있을 건지 결정이 안 나서
남편은 출근도 못하고 병원에서 계속 기다렸다.
그 와중에 해인이는 요추천자후 4시간동안은 수평으로 누워있어야 한다고 해서
수액을 걸 수 있는 병원유모차를 빌려서 편평하게 눕힌채로 데리고 있었다. 
불편할텐데 (해인이는 세워주는걸 좋아하는지라) 희한하게 병원에선 순하게 잘 지냈다. 누워서 혼자 자고...

결국 9시쯤 오전에 교대한 의사에게 다시 진료본 후 일단 퇴원하고 외래로 한 번 보기로 결정이 났다.
수납하고, 퇴실약 타고, 수액관 제거.
등에 붙인 거즈는 하루 뒤에 떼면 되고 목욕해도 된다 해서 소독약이랑 약먹일 주사기 받아왔다. 
남편은 우리를 집에 데려다주고 급하게 출근.

거즈를 오래 두면 너무 찰싹 붙어 나중에 뗄 때 많이 아플 것 같아서 오늘 오전에 젖먹이면서 거즈를 떼 주었다.
맨정신에 떼는 것보다 젖먹으면서 떼면 좀 덜 아파할 것 같아서 그리 했는데
그래도 아팠는지 젖먹다가도 으앙 몇 번 울었다.
바늘자국을 보니 처음번에 실패하고 또 다시 시도했는지 등허리에 바늘 자국이 두 개나 있다..
이 조그만게 굵은 바늘을 등뼈에 두 번이나 꼽고 얼마나 아팠을지.....
뇌척수액검사 마치고 (완전히 실패했단 얘긴 나중에 들었다) 처치실 침대에 누워서
검사가 힘들었는지 자꾸 까부러져 자려고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침대 시트에 뚝뚝 떨어져있던 소독약 자국.. 피뭍은 거즈.. 지저분해진 검사기구 깔개천..
그렇게 고생하고 나서도 유모차에 누워 까꿍 얼르니 웃던 모습도 생각나고..

다시는 이런 거 안 시키고 싶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거는 안 시키고 싶다.

오늘은 약기운인지 자꾸 자기만 한다.
항생제 시럽에 정장제, 가래약 2개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약이 네 종류씩 들어가고
점심땐 가래약 둘 중의 하나를 한 번 더 먹는다.

단순한 열로 응급실 찾고 나서도 마음이 이런데
큰 병으로 응급실을 드나들고 몇 달씩 병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부모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은총이(방윤희언니 아기)네 가정에 힘을 주시기를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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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6. 16. 15:55

해인이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귀여워서이 아이를 대체 어떻게 불러야 적당할까 고민이 될 정도다.
우리집 귀염둥이? 우리집 마스코트? 이쁜 강아지?
아구아구~ 너무 귀여워서 기절할 것 같다.ㅋ
재아와는 생김새가 많이 달라서 새롭기도 하고.

재아가 하도 예쁘다고들 하니 혹시 동글이가 언니만 못해서 상처받음 어쩌나 하는 걱정을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 안 했던 건 아닌데, 낳고보니 이거 왠걸~
대체 그런 걱정을 왜 했나 모르겠다.
그저 귀여워 죽겠는걸...ㅎㅎ

아가다운 표정으로 씩 웃어줄 때의 그 귀여움,
통통한 3등신 몸매에 갸우뚱기우뚱 하는 움직임,
급할 땐 팔다리를 마구 동동거리고..^^

둘째 키우는 건 확실히 첫째때보다 고민걱정이 1/10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여유있게.. 아이를 덜 볶아대며 키울 수 있는건가보다.

[해인]

어제 응급실에 다녀온 해인. 약기운에 계속 자고 있다.

아빠와 해인.

 

 

 

 

 

 

 

 

 

 



이따금은 재아가 둘째하고 해인이가 첫째하고
그렇게 돌아하며 언니동생을 나눠할 수 있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재아가 안쓰러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재아가 언니로서 누리는 특권은..
첫 아이이기에 늘 아빠엄마에게 감탄의 대상이 되는 것..
동생 태어나기 전까지 일년 반동안 전적인 관심과 배려 속에 자란 것..
항상 새 물건/새 옷을 먼저 쓰는 것.. 물건이나 옷을 살 때도 재아의 취향이 먼저 반영되겠지.

몇 안되는 이런 특권이 언니노릇의 충분한 댓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래서 첫째들이 가지는 좋은 자질들을 배워가며 잘 자랐으면 좋겠다.^-^

[재아와 해인]

지난주 교회에서. 영서(우미영언니 아기)가 처음 교회에 왔다. 
모두가 영서를 보러 우르르 몰려간 사이 혼자 해인이를 지키고 있는 재아.ㅎㅎ
하루에 한 번씩은 해인이를 안아보겠다고 하는 재아.
그리고 '엄마 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해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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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6. 16. 14:17
해인이가 태어난 지 두 달, 집에 와서 네 식구 생활한지는 한달 반 정도 되었다.
이제 두 아이 모두 많이 안정되었다.
재아도 해인이도 귀여워죽겠다.ㅎㅎ
어제부터는 해인이가 다시 3시간 간격으로 젖먹기 시작. (조리원 이후 한달 반만에 되찾은 리듬임)
나도 좀 살 것 같다.

[재아]
재아는 이제 동생 얼굴 손톱으로 안 긁고 마냥 예뻐해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해인아~ 언니야~ 잘잤어?" 하고
해인이도 이제는 언니 목소리 들려도 긴장하지 않고 어쩔 땐 빵긋빵긋 웃는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재아가 해인이를 안아보겠다고 한다.
한 20초 안고 나면 마음이 흡족한지 이제 아기침대에 갖다놔도 된단다.
자기 동생이라고 안고서 어찌나 귀엽게 얼르는지.
눈을 지긋이 맞추고는 눈웃음을 치면서 "해인아~" "까꿍!" 과장된 고개짓을 해주며 "꺅!"

[해인]
해인이는 언니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기 전의 1시간과
어린이집 다녀온 후에 아빠가 오시기까지의 '엄마를 나눠가져야 하는' 공식적인 1-2시간 동안
엄마가 언니의 요구를 주로 맞춰주는 것을 잘 참고 기다려준다. 마치 상황을 다 이해하는 아이처럼...
절대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기가 아닌데도 이 시간에는 혼자 모빌 보고 놀기도 하고
쭉쭉이를 빨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정말이지 이 아이는 마치 주변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갓난아이이면서도 자기가 언니를 배려해주고 자기가 우리집 상황을 이해해준다.
그러다 엄마와 둘이서만 있는 시간이 되면 절대 오래 참지 않는다.
조금만 졸려도 왕왕거리며 울고 안아주더라도 꼭 자기가 원하는 자세가 따로 있다.

우리 딸들은 서로를 정말 사랑하나보다.


by 나니아인 2011. 6. 11. 02:46

동글이의 이름을 지었다. 해인이, 李海仁.

다음은 출생신고 하고나서 남편이 식구들에게 보낸 단체문자.

5/4 1:14pm
오늘!! 동글이 출생신고 했습니다
기도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해인>이로 했습니다.^^
바다해 어질인이구요
바다처럼 넓고 따뜻하고 어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처음엔 재아와 같은 '아'자 돌림을 써서 <로아路雅>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우리가 진지하게 기도 안 해보고 우리 생각대로 짓는 것 같다고 해서
둘 다 이름 놓고 기도하며 지내다가 사나흘 전에 최종 낙점한 이름.

어떤 이름을 주어야 아이의 삶에 작은 이정표가 될까 고민해보다가
우리 인생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부모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을 알고 복음을 알아서 마르지 않는 생수의 강을 마음 속에 소유한 사람..
과부와 고아를 돌보고 이방인을 박대하지 않는 '책임지는 사랑(헤세드)'을 평생 귀하게 여기고 추구하는 사람..

남편의 문자처럼 해인이가 넓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따뜻함으로 주변을 밝히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갔으면 좋겠다.

바다는 돌맹이 하나 던졌다고 출렁거리지는 않는다.
바다가 분노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바다가 상대하는 것의 스케일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매일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흡수한 굉장한 에너지로 조용히 지구생태계를 움직여가는 바다처럼
이 아이도 하나님의 크신 질서 아래 잠잠히 그 분의 뜻대로 움직이며
오는 이 막지 않고 가는 이 잡지 않는, 자유롭고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by 나니아인 2011. 5. 5. 12:12
동글이가 어제까지는 낮엔 잠투정을 해도 밤에는 불끄고 침대에 눕혀놓으면 조금 낑낑대다 혼자 잠들었었다.
오늘은 오후 내내 보채더니 밤잠도 5분쯤 눈붙였다 깨서 울기를 반복해서 그 때마다 내 팔에 팔베개를 하고 있던 재아도 같이 울면서 거실로 따라나왔다. 그러기를 몇 번. 재아가 거의 잠들어가고 있었는데 아기가 다시 울었다. 혹시 저절로 잦아들려나 귀만 종긋 세우고 듣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는 소리가 심상찮다.

"재아야, 엄마 아기 한번 안아주고 와야겠다."
그러자 내 팔에 누워있던 재아가 굴러서 자기 자리로 갔다.
"고마워."
그러고 나와서 아기를 안아주었다.

곧이어 재아가 울상이 되어 따라나왔다.
(불분명한 발음이지만) "재아 왔어요."
"재아 왔어?"
"네"
그러고는 소파 내 옆자리에 앉아서 책을 꺼내 혼자 뭐라뭐라하며 읽는다.

아무래도 재아가 너무 졸려보여 바닥에 방석 하나를 깔아주고 나도 아기를 안은 채 바닥으로 내려가 앉았다.
재아가 방석 위에 누워 뒹굴거리며 손을 빤다.
"발~"
발 만져달라는 뜻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오른쪽 허벅지에 아기를 기대 눕히고 재아 발을 만져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뒹굴거리며 놀다가 벌떡 일어난다. 무방비상태로 허벅지에 누워 자고 있는 아기를 왼팔로 옮겨안았다.
"이제 아기 침대에 데려다놓을까?"
그러자 재아가 대답은 않고 슬며시 다가오더니 조금 전 아기가 누웠던 자세와 똑같은 자세로 내 허벅지에 드러눕는다.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해서 편안한 자세를 잡아주고 한참동안 가슴을 토닥거려주었다. 그렇게 재아는 아무 말 없이 몇 분간 아기놀이를 하고 나더니 만족스러워졌는지 내 허벅지에서 일어났다.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재아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다시 팔베개를 해 주었다. 잠시 팔베개를 하고 손을 빨다가 몇 분 뒤 자기 자리로 굴러간다. 그리고 깊이 잠이 들었다. 나는 아기가 왠지 신경쓰여 밖으로 나왔는데, 아니나다를까 나오자마자 낑낑대다가 우왕- 하고 울어버린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젖도 먹여주고.. 그래도 보채는지라 지금은 캥거루처럼 내 배위에 누워서 숙면중..

처음에는 갑자기 '언니'가 되어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면서 상처도 받는 혼란스럽고 힘든 변화를 겪고 있는 재아가 마음에 안스러워 가급적 티내지 않으면서 아가도 챙겨주려고 애쓰다보니 겉으론 표시를 못내지만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신경줄이 끊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냥 포기하고 재아랑 '같이' 아기를 보다보니 재아가 곁에서 혼자 놀기도 하고 이렇게 기회가 생기면 아기놀이도 하면서.. 상황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그냥 편한 맘으로 재아랑 같이 아기도 보고 재아의 힘든 마음도 그냥 편안하게 받아주어야겠다.

모두에게 힘든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중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언니동생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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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4. 24. 21:11
출산하고 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동글이를 보고 싶어서도 오시고, 산모에게 위로와 격려도 해주시고..

출산 당일... 어머니, 하원이네가족, 준용이
출산 다음날... 친정부모님, 재아, 장성아집사님과 시원, 최사모님, 박혜리집사님과 세 딸래미
병원 퇴원하는 날... 김춘화전도사님
조리원에서... 시이모님, 어머니, 남편과 재아

그리고 조리원에서 보낸 2주일도
생글이(재아)를 돌봐주셨던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너무나도 반갑게 다시 맞아주시고
동글이를 너무 예뻐해주시고 잘 돌봐주셔서 마음 편하게 보낸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이들 키우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도 해주시고..
재아때 오른팔이 마비된 것을 발견해주셨던 소아과선생님이
이번에도 예리하게 동글이 심장소리에 잡음 있는 걸 발견해주셨다..

앞으로도 이렇게 담뿍 사랑받는 때는 많지 않을것이다.
힘들지만 행복한 이 시간을 만끽하고 온 몸으로 즐겨야겠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

by 나니아인 2011. 4.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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