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한줄요약:

 

오늘도 애들은 느지막히 일어나 슬렁슬렁 준비해서 놀이터 한바퀴 돌고 11시 반에 어린이집에 밥먹으러 들어갔다.ㅋ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보통 오전 9-10시? 취침시간은 10시-11시로 비슷비슷하고, 특히나 어젠 해인이가 8시쯤에 먼저 잠들어버렸는데도 아침 7시면 자명종처럼 깨던 해인이마저 이젠 푸욱 늦잠을 잔다. 덩달아 나도..ㅠㅠ 심지어 출근준비를 하고서 시간이 남은 남편이 아침에 거실을 치워놓고 가는 일도 종종 있다.ㅎㅎ 깨끗한 거실로 나오는 우리는 기분이 상큼하지~ㅎ

 

어린이집을 가든 안가든 일단 준비해서 나가야 아침 일정이 돌아가므로 주섬주섬 챙겨입고 애들 가방도 챙기고 오늘은 모처럼 생각나서 시원한 물도 챙기고 쌍둥이 유모차 슝슝 타고 1단지를 한바퀴 돌아 놀이터로 갔다. 재아는 오늘 어린이집이 가기 싫었던 모양.

 

재아는 어린이집 안좋아해.

왜?

친구들이랑 맨날 싸워.

누구랑 싸우는데?

소율이랑 전부 다하고.

뭐 때문에 싸워? 장난감 때문에?

응. 내꺼야! 내꺼야! 하면서 싸워. 그래서 무서워.

(마지막 단어가 잘 안들렸음) 그래서 힘들다고?

그래서 무섭다고!

 

사람들이랑 부딛히고 언성 높이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 재아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밀고 당기는 소소한 갈등들이 싫은 것 같았다. 누군들 그런 게 좋겠냐마는, 재아는 그런 것에 좀 더 쉽게 소진되는 것 같다.

 

이렇게 대화하면서 재아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재아가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오랜시간 보육기관에 맡기지 않는 것이 젤 무난한 대안일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얼른 궤도에 오르도록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정말 열심히 해내야겠다.

 

특출한 재주가 별로 없는 것이 늘 괴롭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밑천으로라도 도전하고 노력해야겠다. 오늘 본 책 중에서 인상깊은 제목 하나가 '내가 직업이다'. ㅎㅎ 어떤 직종이나 타이틀에 너무 매일 필요 없다는 얘기인데, 조직생활을 답답해하면서도 은근히 편안해하는 나로서는. 느슨한 조직인 학교나 연구소 같은 데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굴뚝같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 지. 날마다 준비하며 때를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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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옆집 이웃들이 맛있는 것들을 많이 갖다주어 잘 얻어먹었다.

 

1호집에선 수박을 한 덩이 가져다주고

(올해 처음 맛보는 수박에 온 식구가 환장하며 먹음)

 

3호집 언니는 맛이 진한 초코케익을 절반 뚝 떼어다 갖다주었다.

(초콜렛 매니아인 우리집은 이것도 환장하며 먹음)

 

아직 우빈이네 쟁반을 못 갖다 주었는데 나도 이제 맛난 걸로 보답하러 가야겠다.ㅎㅎ

정겨운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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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온 동네를 헤매이며 돌아다니다 점심시간 지나서 어린이집에 갔다.ㅋㅋ

그래도 즐거웠던 동네 나들이~)

 

오늘은 두 녀석 다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다가 10시가 다 되어서야 거실로 나왔다.

간헐적으로 이어진 긴 아침식사. 치즈 한장씩 먹고 조금 놀다가 간장물엿에 버섯 볶아주니 둘이서 맛있게 냠냠. (요즘 해인이가 포크 숫갈을 맹연습중. 잘 안돼도 끝끝내 혼자 하겠단다.ㅎㅎ) 그러고 해인이는 계란죽 한그릇 다시 뚝딱. 재아는 한 입 먹어보더니 그냥 가버린다.ㅋ

 

어찌어찌 짐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에서 흰우유 2개 사고, 요즘 1+1 행사하는 까페베네 까페라떼랑 오곡라떼 하나씩, 도마슈노(이름이 이게 맞나?) 요구르트 하나 사서 놀이터로 갈까 병원을 먼저 갈까 고민하다가 재아가 꽃반지 하러 가고 싶다 해서.. 나도 좀 가고 싶고.. ㅋㅋ 그래서 거여동 특전사부대 들어가는 입구의 울 동네 사파리(?)에 먼저 갔다. 재아 꽃반지 하나 해주니 해인이도 손가락을 쑥 내민다.ㅎ 해인이 손가락에도 토끼풀 꽃 하나 감아주고. 재아 팔찌도 해주고.

 

그러다 해인이가 들고 마시던 것을 쌍둥이 유모차의 옆자리 (재아가 내리고 난 빈자리)에 쏟고 자기 바지에도 쏟고 해서 다시 집으로 출발. 집에 와서 해인이 바지 갈아입히고 소아과 병원으로 고고. 진료 보고 약 짓고(재아는 그 덕에 사탕 얻어먹고, 비타민도 얻어먹고) 해가 너무 뜨거워서 얼른 어린이집으로 갔다. (재아가 더위에 축 쳐져서 그냥 어린이집 가야겠다고 한다) 그래도 햇볕 쨍쨍 받은 놀이터가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은 해보겠다고 가서 미끄럼틀이 뜨거운 것을 만져는 보고 어린이집에 갔다.

 

재아 - 오늘의 예쁜 말

 

꽃반지 꽃팔찌 하고 집에 들렀다 다시 나가는데 꽃팔찌가 손목에서 떨어져 없어진 것을 발견.

 

"아이, 꽃반지 없어졌잖아!!!" (재아 특유의 짜증내는 말투)

(짜증이 누그러들길 바라며) "어, 그러네. 아쉽다. 다음에 갔을 때 다시 팔찌 하자."

(마음을 바꾼 말투) "그럼 오늘은 반지만 하고 가야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끝까지 짜증 부리지 않고 이렇게 마음 바꿀 줄 알게 된 재아가 참 예쁘다. 요즘엔 이런 일이 한 번씩 있다. 사랑스럽다.

 

해인- 오늘의 새로운 말과 행동

 

해인이는 얼룩말 모양, 재아는 부엉이모양 고무자석을 각자 손에 들고 있었다. 재아가 부엉이자석을 사진기마냥 들고 "하나 둘 셋, 찰칵!" 하니까 해인이도 "찰칵" 하고 말할 그 타이밍에 맞춰 "아!" 하고 외친다. ㅋㅋㅋ 그러기를 몇 번. 그리고 자기도 얼룩말 자석을 위로 쳐들고 제법 사진 찍는 흉내를 낸다. 아, 귀여워.

 

병원에 다 와서 유모차에서 해인이를 내리려고 보니 오른속 주먹을 쥐어서 볼 밑에 괴고 마치 생각에 잠긴 듯한 포즈를 하고 있었다. 재아랑 나랑 귀여워서 따라하며 웃었더니 이번엔 왼손 주먹을 쥐어서 같은 포즈를 해 보인다. ㅋㅋ 해인이는 엄마와 언니 앞에서 날마다 재롱 덩어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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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인 - 컨디션이 조금 힘들었으나 끝이 좋음.

 

해인이가 새벽이 끙끙거리더니 역시나 열이 나고 아침엔 빈 속에 먹은 물을 모두 게워내었다. 흠. 얼른 해열제 먹이고. 물도 별로 안 먹으려 하여 걱정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치즈부터 시작해서 밥, 우유까지 먹고는 컨디션이 급 좋아지기 시작. 12시쯤 소아과 진료. 목도 별로 안 빨갛고 중이염은 양쪽 85% 정도(100%가 정상상태) 가래 많음. 집에 오는 길에 놀이터에 들렀는데 평소처럼 열심히 놀지 않고 놀이터에서 집에 오는 그 짧은 거리에서 잠이 듬. 집에와서 낮잠. 저녁식사로 계란죽 맛있게 먹음. 산책. 평소보단 많이 보챘지만 아무튼 불끄고 누으니 금방 잠이 듬.

 

아침엔 애가 좀 이상한 거 같아서 (평소 잘 보지 못했던 패턴이라. 발열->구토->음식거부는 처음 보는 패턴) 오진이선생님한테 기도부탁 문자를 드렸는데 금새 최사모님이랑 김연정집사님께 전달이 되었는지 최사모님은 큰 일인가 싶어 밖에 나가있는 남편에게 전화하시고.ㅋㅋ 너무 신속한 정보 전달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교회 어른들 기도 덕에 우리 애들이 이럭저럭 버티며 사는 것 같다.

 

2. 재아 - 재아의 헐~

재아가 오늘부터 "헐!" 하는 표현을 쓰기 시작.ㅋㅋ 이마를 발라당 까서 웃기게 만들고는 "이것 봐봐요. 헐!" 이럼. 예쁜 거에는 헐! 하는거 아니고 오빠들이 이상한 표정 짓고 놀리고 할 때 헐! 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 말투가 재밌는지 연달아 열 번 쯤 헐!을 함.

 

3. 재아 - 텔레비전 무서운 거

요즘 주말드라마 넝쿨째~를 애청중인데, 드라마가 끝나고 무슨 사극 활극 같은 거 광고를 해서 폭력적인 장면 보지 말자고 티비를 껐더니 "재아 무서운 거 잘 볼 수 있다"며 텔레비전 끈 것을 계속 화를 냄. "재아야, 어른들이 싸우고 죽이고 하는 건 무서운 거 잘 볼 수 있어도 보고 나면 마음이 어두워져. 드라마는 좋은 내용이라 마음이 밝아져서 보는 거야. 재아 마음이 어두워지면 마음이 병드는거야. 그래서 볼 수 있는 거라도 못 보게 하는 거야." 뭐 비슷한 이야기를 두어번 해 주었더니 한참 땡깡 쓰더니 나중에는 "맞아." 하고 마음을 풀었다. 이렇게 대화가 되고 어느 순간이 되면 수긍을 하니 참 이쁘다.

 

4. 네잎 클로버

오늘 거여동 군부대 입구의 환상적인 초원(?)으로 저녁산책을 갔다. 토끼풀 천국인 그곳에서 네잎 클로버를 네 개나 찾았다!! 첫번째 꺼는 남편걸로, 두번째 껀 재아 꺼, 세 번째 꺼는 어머니꺼, 네 번째 꺼는 준용이꺼로 하기로 했다. 해인이 꺼는 지난번에 학교 운동장에서 찾아서 해인이 파일에 끼워주었다. 2012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재아는 오늘도 토끼풀로 팔찌, 반지 세트를 하고 해인이는 굵은 꽃 줄기 하나 꺾어 주었더니 자잘한 꽃잎을 하나씩 뜯으며 논다. 군부대 입구라서 초소에 군인들도 있고 한지라 남편은 약간 긴장해서 초소 근처로는 안 가려고 매우 조심했는데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군인아저씨도 이제 동생뻘도 안되는데 뭐라 하면 애교와 능청과 웃음으로 때우면 되지 하고 열심히 네잎클로버 찾으며 놀았다. 그나저나 거기서도 모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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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저녁 시추에이션. 다 같이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재아의 손빨기를 줄이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텔레비전을 볼 땐 손을 못 빨게 한다. 엄지손가락이 입에 들어가면 텔레비전을 바로 꺼버린다. 그런데 졸린 이 넘이 뒹굴거리며 손을 빨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재아, 텔레비전 끈다." 는 엄마의 말에 바로 뒤따라오는 재아의 반격.

 

"나 텔레비전 안보고 껌은거 보고 있었어~!!"

 

그말인즉슨 자기는 텔레비전 영상을 보고 있었던게 아니고 텔레비전 테두리(검정프레임)를 보고 있었으므로 규칙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 이젠 이넘이 궤변도 쓸 줄 아는구나 싶어 남편이랑 배꼽잡고 웃었다.

 

2. 오늘 아침 시추에이션. 재아가 해인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벗겨서 해인이가 달라고 하는데도 주기 싫어 휙 던져버렸다. 던진 모자를 다시 건네주고 "제대로 줘" 했는데 다시 휙. 그러기를 두 번 더 반복. 그래서 내 손 바로 앞에 있던 재아의 오른발을 붙잡아 찰싹 한대 때려주었다. 그러자 제대로 건네준다.

 

자존심이 강한 재아는 이런 경우 절대로 내 앞에서 울거나 하지 않는다. 아주 어릴때부터 그랬다. 이유식을 갖고 장난치는 아이를 야단쳤더니 눈물이 쏙 나면서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깜짝 놀랜 적이 있다. 해인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주말에 엄마를 보러 왔다가 다시 아빠 차를 타고 돌아갈 때에도 눈물을 끝까지 참으며 돌아가던 모습에 얼마나 짠하던지..

 

그런데 오늘 아침 재아가 한 대 맞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해인이가 바로 우왕!!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장면을 처음 봐서인가.. 역시 폭력은 나쁘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도 때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섭고 싫구나.. 하고 반성이 되었다.. 아이들을 체벌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오늘같이 일부러 맘먹고 못되게 굴 때는 등짝이나 엉덩이를 한 대씩 때려줄 때도 있다. 근데 역시 체벌은 때린 사람도 맞은 사람도 기분이 안 좋고, 즉각적인 행동수정은 될지 몰라도 그만큼의 반감도 갖게 되는 것 같다. 좀 귀찮긴 해도 반성의자가 더 나을 것 같다.

 

해인이 이녀석은 좀 뺀질거려서 반성의자에 보내도 자기 마음에 억울하다 싶으면 끝까지 눈을 피해가며 대답을 안 한다. 둘째라 그런지 그런 모습도 귀여워보이지만.. ㅋㅋ 그래도 가르칠 것은 제대로 가르치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겠지. 정말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는 데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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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 데리고 서울대병원 다녀옴. 맨날 함춘약국 갔는데 처방약 한가지가 함춘에 없어서 종로약국으로 갔더니 약사선생님이 처방전 오더 잘못 나온것을 찾아내서 병원에 전화해 고쳐주셨다! 호쿠날린 패치를 0.5미리 짜리로 써 왔는데 (그리고 지금도 0.5가 맞는 용량인데) 1미리짜리로 오더가 나온 것을 보고 소아과 간호사실에 전화 걸어 바로 정정 요청하심. 약사에 대한 존경이 처음으로 생겨난 날.. (감동!) 앞으로도 종로약국 갈거야~

아이들을 너무 귀애하며 키우면 어느순간 애들한테 목매는 사람이 돼버릴까봐 무서워 무신경한듯 지내는 컨셉으로 생활해왔는데 (그리고 둘째가 나오고 나서는 눈코뜰새 없어서 무신경ㅋㅋ) 해인이를 데리고 병원 왔다갔다하면서 왠지 모르게 '너희들이 최고야'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건 이제 돌 지난 그리고 세 돌도 안 된 두 아이가 보이는 어떤 외적인 모습에 대한 뿌듯함이 아니라, 그냥 이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무한한 자긍심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전신화상후 멋지게 다시 일어난 이지선씨가 이렇게 된 자신과 그리고 자신이 겪는 어려운 일들을 애처롭게 여기지도 않는 것 같아 보이는 자신의 엄마를 '은근계모'라 하며 놀리는데, 나는 이미 은근계모의 대열에 합류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기 전에 만난 이런 저런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에게 삶의 굴곡이란 그리고 인생의 쓴맛이란, 부모가 어찌 한다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라는 걸, 그래서 괴로워하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어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한한 동정이나 애절함이 아니라 아이의 고난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아이의 내재력을 믿으며 침착하게 있어주는 것, 그리고 기도하는 것, 그 이상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이따금은. 혹시 그게 더 깊은 사랑일까 싶어 두 아이가 이런 저런 어려움을 만날 때 부질없는 애절함으로 괜히 아이를 응석받이로도 만들어보고 때론 야단칠 일도 웃어넘어가버리기도 하는 실수를 왕왕 저지른다. 특히 재아가 동생 보고 난 후에 19개월 밖에 안 된, 한창 사랑받고 응석부릴 나이의 녀석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일순간 아기의 역할에서 축출된 상황이 너무나 안쓰러워 그러지 말아야 할 응석도 받아주고 떼도 받아주다보니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애기처럼 행동하곤 한다. 응석은 받아줄 게 아니라 기회가 닿을때마다 더 깊이 사랑해주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내가 너무 냉정한 사람인 것 같단 괜한 자괴감 때문에 기준이 뭔지 몰라 더 그러는 것 같다)

이제 해인이가 좀 컸는지라 재아가 동생을 좀 때리거나 깔아뭉갠다 해서 식겁할 시기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시크한 엄마가 되고 있지만서도.. 옛날의 그 '기준있게 시크한' 엄마의 모습이라기보단 '귀찮아서 시크한' 모습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반성반성) 그래도 이 은근계모 혹은 대놓고 계모의 사랑도 언젠간 아이들 속에서 꽃피고 열매맻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어차피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잘 모른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이란 걸 느껴서 나에게 감사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행복함을 표현하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같은 기대다. 그냥 아이들이 심신이 건강하고 마음의 그릇이 넓고 아름다운 성인으로 자라나는 것, 자신을 찾는 것,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의미를 알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 부모의 모든 사랑과 수고는 다 보상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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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2. 4. 30. 16:49

아, 이 녀석은 왜 이렇게 귀여운걸까!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치명적 매력이 있어..!

오늘 아침, 소아과 다녀와서 옷도 안 벗고 대자로 뻗어 자는 녀석. 덕분에 모처럼 네블라이저 1회분 용량을 끝까지 흡입.ㅋㅋ


뽀너스로 최근 사진 몇 장 추가!



교회에서. 널부러진 언니를 뒤로 하고 언니가 먹던 우유와 빨대를 접수.ㅎㅎ

 


언니 머리띠도 해보고. 꺄오, 나 예뻐요!!?

 


적들의 동침. 각자 손에 뭔가 쥐고 먹을 때만 조용한 그녀들. 다 먹으면 다시 싸움 시작. --;;
둘 다 할퀴기 솜씨가 수준급. 기회를 보아가며 서로 복수에 복수를 하고 둘이 돌아가며 반성의자 가서 혼난다.
"언니(동생) 그렇게 긁으면 돼요, 안돼요? 잘못 했지요?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알겠어요?!!"
대답들은 어찌나 잘 하는지. 해인이도 야단 맞을 때는 고개를 수그리고 질문마다 "에!" 한다. 그러고는 배시시~ 못말려!!ㅎㅎ


+ 최근에 해인이가 처음 한 것
- 안녕~ 빠이빠이~ 말하면 손을 흔들기. (정확히 말해 손을 흔드는 건 아니고 팔꿈치 윗부분을 시계추처럼 흔들기)
- 물건을 건네 받을 때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여줬더니 "감사합니다~" 해야지 하면 자기도 허리를 숙인다. (하지만 등이 잘 안구부러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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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모가 이것저것 맛있는 거 많이 해준 날..

셋이 모여 포도주스 원샷!


으하하하 입술 위에 보라색 수염!


넷이서 뒹굴뒹굴~


 

해인 귀마개 착용샷ㅋ


이렇게 사촌들이 있으니 너무 좋은 것 같다..
서로 자매같이 남매같이 늙어서까지 같이 놀고 의지하며 즐겁게 잘 지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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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재아가 컹컹 늑대기침을 하길래 어린이집에 안 가고 같이 뒹굴었다.
오전엔 마트가서 그 좋아하는 쇼핑카트태워주고
 (카트 내리면서 "그럼 내일 타?" -- 오늘은 그만 타고 내일 또 와서 탈거냐는 뜻?)
집에와서 재아는 바나나 5개쯤 먹고 셋이서 뽀로로 보고 어찌어찌 하다 둘이 같이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두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사진처럼 낭만적이진 않지만...ㅋㅋ
(말을 못해 그렇지.. 매일이 전쟁..ㅋㅋㅋ 연년생 낳겠다는 사람 있음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음)
그래도 이럴 땐 너무 이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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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재아가 좋아하는 놀이는 다름 아닌 '빨래 널기.'

습도를 올리려고 저녁마다 접이식 빨래건조대를 거실에 펴고 애들 빨래를 너는데

재아도 한 몫 하기 시작했다.

베란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엄마가 건네주는 젖은 옷을 한 뭉치 받아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져온 젖은 옷들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어린이용 옷걸이에 걸어 건조대에 탁 걸어둔다.

주로 분홍색 옷을 골라서 건다. 자기 옷 중심으로. 자기 옷이라고 챙기는 게 너무 귀엽다.



물론 어려서 제대로 잘 못한다. 옷이 구겨지거나 뒤집힌 채로 거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고

쫀쫀한 레깅스에 옷걸이를 껴 넣어서 마르고 나서 옆이 울룩불룩 튀어나오게 만들기도 하지만

큰 일 아니면 그냥 별 말 않고 내버려둔다. 근데 하면 할 수록 실력이 늘고 있다.ㅎㅎㅎ

망가지면 안 되는 옷은 내가 얼른 집어서 냅다 걸어버린다. 다 끝나면 "와 끝났다!" 하고 같이 손바닥 짝!

저녁마다 함께하는 즐거운 일과.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집안일이 생겨서 왠지 좋다.

집안일이 엄마만의, 혹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 온 식구가 함께하는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하나씩 늘려가야지.




2. 아침에 재아와 해인이에게 치즈를 한 장씩 주었는데 해인이는 빛의 속도로 다 먹어버렸고

재아는 천천히 먹여서 해인이가 다 먹고 아쉬워할 즈음에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걍 둘이 놀으라고 하고 설거지하러 부엌으로 왔는데 목소리를 내리 깔은 재아의 근엄한 한 마디.

"언니가 주는 거라 했지요."

해인이가 언니 치즈에 손을 대면서 탐하자

'이건 언니 꺼고 니가 만지는 게 아니니 언니가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

동생을 야단치는 것도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나를 반반씩 닮아간다.ㅎㅎ




3. 요즘 해인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안방 커튼 뒤에 들어가서 놀기다.

재아도 무척 좋아하는 놀이이므로 요즘 둘이 이거 하고 놀 때 젤 흥분된 목소리가 나온다.

해인이는 꺄악꺄악, 재아는 우히히히-

안방 커튼이 짧고 얇아 방풍이 잘 안되는 고로 크고 두꺼운 걸로 바꾸려고 새 커튼을 세탁까지 다 해놓았는데

두 녀석이 이케아 말그림으로 된 이 안방커튼을 너무 좋아해서리 나도 계속 망설이고만 있다.

커튼 봉을 두 개를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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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2. 2.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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