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일주일 집에서 쉬고 나서 재아가 사흘째 울면서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밖에 나오는 것 까지는 좋아하지만 어린이집 방향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이집이 보이는 106동 복도에서부터 저기로 안가~하면서 운다. 무섭다고 하고. 선생님이, 친구들이 무섭다고 한다. 아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매일 이렇게 울면서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나 나도 속으로 갈팡질팡하며 들여보낸다.

어린이집을 안 가고 쉴 때 재아랑 1단지 공터에 가서 짧고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재아는 이것을 색연필이라고 명명함) 흙바닥에 그림도 실컷 그리고 놀이터에서 잠깐 놀기도 하고 하릴없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랬다. 두 아이 데리고 시간을 때우려니 해인이에게 찬바람이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오전엔 셋이서 택시타고 병원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조금 놀거나 오후에 나가서 놀거나 했다. 다행히 해인이가 바깥 외출때문에 컨디션이 나빠지진 않는 듯 했다.

엊그제 월요일도 재아랑 한참 그러고 놀다 어린이집에 데려갔는데 갈 때부터 기분이 매우 안 좋더니 결국 그날 점심시간 직전에 애들을 때리고 어떤 애기 하나를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데도 계속 꼬집어서 담임선생님이 일장 훈계를 했더니 들은 척도 않고, 결국 주임선생님이 불러다 앉히고 야단쳤다고 한다. 그 날은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무진장 졸립기도 한 상태였을거다. 오후에 낮잠 자고 나서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

그냥.. 내가 재아의 특성을 잘 안 살피고 그저 아이가 이쁘다는 생각에 둘째 터울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단 생각이 좀 든다. 재아가 태어날 때부터 무척 까다롭고 예민한 아기이긴 했지만 재아의 리듬에 잘 맞춰주며 키우다보니 점점 순해져서 둘째를 가진 10-11개월 즈음에는 혼자서 잠도 잘 자고 놀기도 신나게 잘 노는 너무나 순하고 건강한 아이였다. 비록 낯은 여전히 많이 가려서 남의 손에 절대 안 가긴 했지만.. 나는 재아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나는 내가 아기들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이런 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둘째를 맞이했는데 예민하고 영민하고 감정적인 재아에겐.. 세 살에 감당하기에 너무 힘든 일이었던 거 같다. 한 열 살쯤 되었으면 괜찮았으려나.. 재아 하나만 두고 키웠으면 지금쯤 얼마나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재아가 안쓰러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ㅠㅠ

해인이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한 식구가 되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더할 수 없이 충만한 느낌이 들지만 동시에 재아가 겪는 어려움.. 그리고 두 아이 사이에서 그 누구의 필요도 제대로 살펴주지 못하는 못난 엄마가 되어버린 나.. 늘 피곤한 남편.. 이런 모든 어려움이 천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특별한 선물과 함께 주어진 것은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패키지 딜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더 지혜가 필요한데.. 늘 한계에 부딛히기만 할 뿐 부모교육 프로그램도 열심히 보고 책도 들춰보지만 뾰족한 지혜가 떠오르질 않는다. 기도하면 주실까.. 하나님 앞에 가서 묻기에는 혹시나 침묵하실까 싶어 조심스럽기만 하다.

오늘도 등짝에 매달려 편히 자는 해인이는.. 까맣게 타는 엄마와 언니 속을 알랑가 모르겠네~ 아가야 너는 이런 거 몰라도 되니 그냥 행복하게만 자라거라~ 언니는 엄마가 더 다독여줄게...

재아와 둘이서 재밌게 노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좀 내야 할 것 같다. 해인이가 돌만 지나면 토요일마다 재아만 데리고 학교 운동장도 가고 모래 놀이터도 가서 신나게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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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아인 2011. 11. 9.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