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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상에 해당되는 글 9건
- 2012.10.05 감당
- 2012.07.24 아가이불 선물 1
- 2012.05.21 정겨운 이웃
- 2012.04.30 엄마는 누가뭐래도 너희들이 최고야 1
- 2010.10.08 컨디션 제로
- 2010.06.30 산언니가 놀러왔다 2
- 2010.03.08 수영을 배운다 2
- 2010.01.10 내가 바라는 노년 2
- 2009.10.16 2009년 10월.. 주보글 1
출처: snowcat.co.kr
이 일이 왜 내게 생긴 걸까.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
.
.
.
스노우캣 아트샵의 이 액자를 살까 하면서도 끝내 망설여졌다.
지금의 내 상황인 것 같아 공감이 되면서도
저 돌.
저 돌은.
누가 나에게 감당하라고 준 걸까 스스로 되묻다보면
십년 전.
캠프장에서 하갈에 관한 설교를 들으며
최악의 상황에서 그냥 참으라는 '말씀'으로 듣고선
바보같이 꾸역꾸역 그 자리에 있기로 결정했던.
빨리 뛰쳐나갔어야 했는데.
한 순간이라도 빨리 밖으로 뛰쳐나갔어야 했는데.
그 본문을 잘못 이해하게 한
하나님에게 분노와 회의가 든다.
.
.
.
무언가 새로운 길을 내딛으려 할 때
하나님의 뜻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이 아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하나님의 뜻을 맞춰서 혼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상당하지만
하나님께 묻는다는게
결국 바보같은 내 이해력에 기대어
또 거지같은 결정을 내리게 할까봐
그냥,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게
덜 후회스럽지 않을까 싶다.
저 돌 그림을 보면
그냥 그 돌을 옆으로 굴려버리고
나는 홀가분하게 산을 올라갔으면 되는건데
인생을 참 힘들게 살았던 내 자신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내 아이들도 내가 살아온 그대로
불행감을 가득 주며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주 괴롭고 어렵고 그렇다.
자유롭고 싶다.
나 자신으로부터.
원래는 여섯명인가 일곱명인가 있는 해인이 친구들 만들어주려고 면리플 천을 주문했는데
원단은 4월쯤 산 거 같고 5월에 만들기 시작한 게 그동안 너무 바빠서 두 개 밖에 못만들고 7월말이 돼버렸다.
여름 전에 만들어서 짠,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힝.
그냥 민하 하나 주고 곧 출산하는 옆집에 하나 줘야겠다.
재작년 재아때 만들었을 때보다 천은 더 예쁜데, 원단 매치 방법을 잘못 생각해서 공정이 복잡해졌다.
스트라이프 원단을 같은 색상으로 두 마씩 주문해서 세로로 잘라서 쓰면 더 편했을텐데,
각기 다른 색상으로 6마를 주문했더니 자르고 붙이고 다시 박고 아주 귀찮아졌다.
계획단계에서 머리를 잘 써야 나중에 고생을 안하는데 말이다.
지난주엔 옆집 이웃들이 맛있는 것들을 많이 갖다주어 잘 얻어먹었다.
1호집에선 수박을 한 덩이 가져다주고
(올해 처음 맛보는 수박에 온 식구가 환장하며 먹음)
3호집 언니는 맛이 진한 초코케익을 절반 뚝 떼어다 갖다주었다.
(초콜렛 매니아인 우리집은 이것도 환장하며 먹음)
아직 우빈이네 쟁반을 못 갖다 주었는데 나도 이제 맛난 걸로 보답하러 가야겠다.ㅎㅎ
정겨운 이웃들~^^
해인이 데리고 서울대병원 다녀옴. 맨날 함춘약국 갔는데 처방약 한가지가 함춘에 없어서 종로약국으로 갔더니 약사선생님이 처방전 오더 잘못 나온것을 찾아내서 병원에 전화해 고쳐주셨다! 호쿠날린 패치를 0.5미리 짜리로 써 왔는데 (그리고 지금도 0.5가 맞는 용량인데) 1미리짜리로 오더가 나온 것을 보고 소아과 간호사실에 전화 걸어 바로 정정 요청하심. 약사에 대한 존경이 처음으로 생겨난 날.. (감동!) 앞으로도 종로약국 갈거야~
아이들을 너무 귀애하며 키우면 어느순간 애들한테 목매는 사람이 돼버릴까봐 무서워 무신경한듯 지내는 컨셉으로 생활해왔는데 (그리고 둘째가 나오고 나서는 눈코뜰새 없어서 무신경ㅋㅋ) 해인이를 데리고 병원 왔다갔다하면서 왠지 모르게 '너희들이 최고야'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건 이제 돌 지난 그리고 세 돌도 안 된 두 아이가 보이는 어떤 외적인 모습에 대한 뿌듯함이 아니라, 그냥 이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무한한 자긍심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전신화상후 멋지게 다시 일어난 이지선씨가 이렇게 된 자신과 그리고 자신이 겪는 어려운 일들을 애처롭게 여기지도 않는 것 같아 보이는 자신의 엄마를 '은근계모'라 하며 놀리는데, 나는 이미 은근계모의 대열에 합류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기 전에 만난 이런 저런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에게 삶의 굴곡이란 그리고 인생의 쓴맛이란, 부모가 어찌 한다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라는 걸, 그래서 괴로워하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어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한한 동정이나 애절함이 아니라 아이의 고난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아이의 내재력을 믿으며 침착하게 있어주는 것, 그리고 기도하는 것, 그 이상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이따금은. 혹시 그게 더 깊은 사랑일까 싶어 두 아이가 이런 저런 어려움을 만날 때 부질없는 애절함으로 괜히 아이를 응석받이로도 만들어보고 때론 야단칠 일도 웃어넘어가버리기도 하는 실수를 왕왕 저지른다. 특히 재아가 동생 보고 난 후에 19개월 밖에 안 된, 한창 사랑받고 응석부릴 나이의 녀석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일순간 아기의 역할에서 축출된 상황이 너무나 안쓰러워 그러지 말아야 할 응석도 받아주고 떼도 받아주다보니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애기처럼 행동하곤 한다. 응석은 받아줄 게 아니라 기회가 닿을때마다 더 깊이 사랑해주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내가 너무 냉정한 사람인 것 같단 괜한 자괴감 때문에 기준이 뭔지 몰라 더 그러는 것 같다)
이제 해인이가 좀 컸는지라 재아가 동생을 좀 때리거나 깔아뭉갠다 해서 식겁할 시기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시크한 엄마가 되고 있지만서도.. 옛날의 그 '기준있게 시크한' 엄마의 모습이라기보단 '귀찮아서 시크한' 모습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반성반성) 그래도 이 은근계모 혹은 대놓고 계모의 사랑도 언젠간 아이들 속에서 꽃피고 열매맻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어차피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잘 모른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이란 걸 느껴서 나에게 감사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행복함을 표현하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같은 기대다. 그냥 아이들이 심신이 건강하고 마음의 그릇이 넓고 아름다운 성인으로 자라나는 것, 자신을 찾는 것,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의미를 알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 부모의 모든 사랑과 수고는 다 보상받는 것이다.
1. 임신 부작용(?)
어제부터 자꾸 어지럽고 오늘은 머리가 아프다.
감기는 아닌 것 같고. 한참 체액이 늘어날 때 내가 물을 많이 안마셔서 저혈압이 됐나?
여름도 아닌데 맹물은 싫고, 마트 나가봐도 맘에 드는 차도 없고 해서
가을 들어서는 집에서 물을 잘 안마시고 지내긴 했다.
뭐 아무튼 좋은 신호가 아님에도 몸을 잘 관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울적한 기분에 뭍혀있고 싶은 것이 아무래도 외로움을 타나보다.
남편이나 재아는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 임신해서 고생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뭐 등등.
그래도 재아 돌보느라 없는 시간 쪼개서 집안일 하고 공부도 하고 그러다보니
임신해서 힘들다 이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하루가 가서 좋긴 하다.
2. sine곡선
한동안 high-spirit으로 잘 지내다가 어제부터 다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몸이 안좋아서라기보단 그냥 인생의 sine곡선인 듯 하다.
삼각함수 그래프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배워두길 잘했어.
그냥 흐름에 맡기자. 지금 당장 상승곡선을 타려고 아둥바둥 하지말고
때가 되면 다시금 x축을 치고 올라오기를 바라면서 4사분면에서의 시간을 잘 떠내려보내야겠다.
큐티는 매일 하지만, 어제 오늘 딱히 감동이 오는 바가 없다.
그래서 그냥 기도한다. 소강기라고.
3. 재아의 낮잠도전기!
재아가 어린이집에서 잘먹고 잘놀고 잘웃고 너무 잘 지낸다고 하는데
당췌 잠을 안자려고 해서 그간 두어 달정도 어린이집에서 2-3시간밖에 못 놀고
점심 먹으면 집으로 데려와서 낮잠을 재우곤 했다. 잠을 안자면 너무 피곤해하고 자꾸 아프게 되니까.
근데 어제 데리러 갔을 때 주임선생님께서 이제는 연습 좀 해도 될 것 같다면서
처음엔 안 자려고 좀 울고 하더라도 조금씩 잠자는 연습을 해보자고 하셔서
오늘 어린이집 갈 때는 성숙이모가 선물해준 재아가 젤 좋아하는 이불을 같이 들고 갔다.
유모차에 태우고 그 위에 분홍이불을 무릎담요처럼 덮어주었더니
그 유연한 몸을 반으로 접어 이불위에 고개를 뭍어 눕는척을 해본다.ㅎㅎ(아유 귀여워)
모쪼록 낮잠연습이 무사히 성공해서 3살엔 아무데서나 잘 자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ㅋㅋ
엄마는 누가뭐래도 너희들이 최고야 (1) | 2012.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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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노년 (2) | 2010.01.10 |
2009년 10월.. 주보글 (1) | 2009.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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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주보글 (1) | 2009.10.16 |
엄마는 누가뭐래도 너희들이 최고야 (1) | 2012.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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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제로 (0) | 2010.10.08 |
산언니가 놀러왔다 (2) | 2010.06.30 |
수영을 배운다 (2) | 2010.03.08 |
2009년 10월.. 주보글 (1) | 2009.10.16 |
그렇게 재미있게 임신기간을 보냈음에도 내가 뱃속의 아이에게 크게 한 방 먹은 순간이 있었는데, 지난 7월 말, 여름방학 발표회를 준비하면서였다.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그렇지만 방학식은 종합발표회로 진행되는데 어찌나 준비할 게 많던지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밤 남아서 영어연극 연습을 시키고 소품 만들고 의상준비하고 장비구입해서 사용법 익히고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생고생을 한 끝에, 발표회 날엔 보는 이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하며 무사히 연극을 마쳤고, 영어연극반 아이들도 나도 기분이 참 좋았다. 아니, 그저 좋았다고 말하기엔 뭔가 모자라고 기분이 째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날 밤 선생님들과 비싼 데서 회식도 거나하게 하면서 1학기를 마치고 나는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그런데 말 못하는 뱃속의 아이는 방학식 준비가 꽤나 힘들었는지 항상 뱃속에서 용트림을 하던 녀석이 방학식 전날부터 태동이 뚝 끊기더니 사흘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슬슬 걱정이 되더니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자책도 되고, 걱정도 되고.. 그런데 주일 예배 때 설교가 시작되니 갑자기 아기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겠지만 그때 든 생각은 '뱃속의 아이도 내가 재밌고 즐거운 걸로만은 위로가 안 되고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로가 필요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때는 내 몸의 일부처럼 자리 잡고 있었고 지금도 부모에게 완전히 의탁하고 있는 힘없는 아이이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가, 하나님만이 채워주실 수 있는 영혼의 허전함이 있을 거란 생각을 그 때 처음 하게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고 그 마음을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도 해주고 싶고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갖춰야 할 것 같고 나의 이러한 점을 고치면 아이가 더 행복해질 것 같고.. 많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하나님이 아이를 만나주시고 그 영혼을 촉촉하게 채워주시지 않는다면, 아이의 영혼이 만족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라는 것 속에는 아이의 영혼을 위한 기도가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갓 40일을 넘긴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넘기기에 급급한 나날이지만, 찰나처럼 지나가는 여유 시간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떠올리고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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